2025년, 세계 제약시장에서 ‘비만치료제’가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일라이릴리와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가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주사제에 비해 복용이 간편한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출시되면 시장 판도가 급격히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과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를 중심으로 먹는 비만치료제 경쟁의 현황과 시장 전망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오포글리프론, 일라이릴리의 야심작… 3상 임상시험 결과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Eli Lilly)는 2025년 4월, 경구용 비만치료제 오포글리프론(Opoglufrone)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루 한 알’로 체중을 줄이는 꿈의 약물에 가까운 이 치료제는, 당뇨와 비만 동시 개선 가능성까지 제시했습니다.
오포글리프론의 임상시험은 제2형 당뇨병 환자 599명을 대상으로 40주간 진행되었습니다.
- 하루 12mg 복용 시: 체중 평균 6.1%(5.5kg) 감량
- 하루 36mg 복용 시: 체중 평균 7.9%(7.3kg) 감량
- 위약군은 1.3kg 감소에 그쳤습니다.
혈당 수치 역시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오포글리프론 복용 군은 혈당이 1.3~1.6%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0.1%에 그쳤습니다.
무엇보다 오포글리프론은 주사 없이 알약 형태로 복용할 수 있어, 통증이나 불편함 없이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사 맞기 싫어 포기했던 약, 알약 나오면 먹겠다”는 실제 사용자 반응에서도 확인됩니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말까지 미국 FDA를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에 판매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며, 이르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노보노디스크, 경구용 위고비로 반격… 이미 3상 완료
경쟁자인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는 세계 1위 비만치료제 기업으로, 주사제 ‘위고비(Wegovy)’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복부에 주사하는 방식입니다.
노보노디스크는 사실 이미 2023년 경구용 위고비의 임상 3상을 완료한 상태였습니다. 이 시험은 성인 비만 환자 667명을 대상으로 68주간 진행됐고,
- 50mg 복용 시 체중이 평균 15.1% 감소
- 위약군은 2.4% 감소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효능 면에서는 오포글리프론보다 우세한 결과를 보였지만, 노보노디스크는 당시 다른 약물 개발에 집중하며 판매 신청을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일라이릴리의 발표 직후인 2025년 4월, 미국 FDA에 경구용 위고비 판매 허가 신청을 공식화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4.85% 급등하며 시장 기대감을 반영했습니다. 비록 임상 결과 발표 시기는 늦었지만, 판매 신청 시점은 일라이릴리보다 앞서며 상용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사제 시대에서 ‘알약 혁명’으로… 시장 판도는 어디로?
비만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판매되던 치료제는 모두 주사제 형태로, 고가이고 주 1회 복부 투여 방식이라는 진입 장벽이 있었습니다. 반면 경구용 치료제는 복용 편의성, 유통 효율성, 생산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이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이 훨씬 까다롭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약물의 체내 흡수율이 낮고, 간 독성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이자는 자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임상 중 일부 환자에게서 간 손상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시장에서는 오포글리프론과 경구용 위고비의 ‘투톱’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입니다.
- 일라이릴리: 효능은 다소 낮지만 발표 시점과 투자자 반응에서 앞섰음
- 노보노디스크: 임상효과는 더 뛰어나나, 전략 수정으로 늦게 움직인 상황
시장 반응과 미래 전망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양사의 비만약 전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BMO 캐피털마켓은 “일라이릴리가 비만·당뇨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를 곧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고, 실제로
- 일라이릴리 주가는 임상 발표 직후 14% 급등
- 노보노디스크는 초기 하락 후, 판매 신청 발표로 주가 회복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3년 89억 달러(약 12조7천억 원)에서 2030년에는 540억 달러(약 77조5천억 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기준 비만 인구가 10억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수치로, 잠재 수요는 어마어마합니다.
복용 편의성이 뛰어난 경구용 비만약이 본격 출시된다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2025년 비만치료제 시장은 주사에서 경구용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중입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각각 오포글리프론과 경구용 위고비를 앞세워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시장과 투자자의 관심은 뜨겁습니다. 비만은 전 세계 인구의 13%가 겪는 문제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치료제 시장입니다. 내년 출시될 ‘하루 한 알 비만약’이 과연 누가 먼저 대중화에 성공할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